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1월 6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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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절 밭일 마치고
할머니가 집으로 간다
누가 심었는지 무성한 능소화가
토담 너머 골목길을 기웃거린다
종일토록 들리는 건 바람 소리 새 소리
손주들 웃음소리가 그리운 할머니
해진 바지 땀에 전 적삼
호미처럼 굽은 등에
시간이 켜로 쌓였다
젊은 날 일어나면
하늘 보고 날씨를 살폈지만
지금은 땅 보고 헤아린다
허우적허우적 걸어가는
할머니의 골목길
능소화 붉은 입술이 낭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