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1월 669호
33
0
달달한 꿀은 누대의 내력을 이어가는
마법의 영약이다
‘오직 제 일에 충실한’DNA에 새겨진 불문의 법
꿀벌 한 마리는
계보를 지키는 하나의 원소일 뿐
설을 맞는 것처럼
집 한 덩이가 온 통으로 들썩인다
날벌레의 집은
세밀하게 구성된 단단한 입법체
法의 낱자들이 분주히 잉잉거린다
고래 심줄 같은 질긴 힘으로
유전자를 지키는
저 법엔 이유가 없다
파르르 떨리는 가는 날갯짓
눈물은 허공에 말리는 것일까
당신의 작은 어깨가 시간을 밀고 온다
몸바쳐꿀을따고새끼키우다
알맹이 다 빠져나간 빈 껍데기
그냥 오로지 살아낸
흰 옷자락이
찔레꽃 피는 황톳길을 훠이훠이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