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1월 6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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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은 꽃을 볼 수 없고
꽃은 잎을 볼 수 없어
서로를 그리워한다는 상사화
화장품 가게 앞 작은 화단에
여덟 줄기 꽃대만 솟아나
연한 분홍색 꽃들이 피었네.
잎들이 뭉쳐서 난 모양이 좋은데다
난초라는 말에 마당에 심었지만
꽃을 본 기억은 없네요.
사랑을 알게 되면서 우린
서로 눈빛으로만 얘기하다가
좋은 직장을 갖지 못했기에
사랑만 먹고 살 수는 없다고
나 그대 잊기로 했지요
그대의 눈빛이 두려워 숱한 날들을
바닷가를 서성이며 방황했던
먼 젊었던 날의 가슴앓이
제는 상사화로 간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