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1월 6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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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위로 장미 장미는 가고
브라질풍의 바흐* 같이 노을이 흐른다
술 마신 고운 새 한 마리 울면서 지나간다
도시와 함께 가라앉고 있는 6월의 마지막 주
세상은 감추려는 자들과
찾으려는 자들 간의 숨막히는 전장
원시의 어둠 속에서 천둥이 우르릉대는 밤
시위를 당기는 화살의 눈이 어둠을 쏘아본다
번쩍 번갯불이 어둠을 가를 때
검은 구름 밑에 숨겨진 구겨진 진실들
시위를 떠난 화살이 번개처럼 날아간다
표적을 관통시켜도 죽지 않는 메두사
롤랑이 피리를 불어도
구원군을 보내 줄 군주가 없구나
도처에 장수들 일어나도 달려가는 이 보이지 않고
야생마같이 날뛰던 말들은 침묵을 이어간다
무심한 태양이 어둠을 뒤로한 채 계단을 내려간다
언제쯤 밝은 광장으로 나가는 문이 활짝 열릴지
굳게 닫혀 있는 둥근 창문을 아득히 바라본다
*빌라 로보스의 곡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