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1월 6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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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삐져나오는 푸른 깃발
그길을바람따라왔다
파도는 버선발로 달려와
두절되었던 기억을 살려낸다
자살바위를 지나던 그때
우리, 두 손 단단히 잡았지
한 생애 우울하지 말자고
그 틈새로 풀어지는 햇살
당신 눈빛으로 포근한데
반백년 솔숲엔
허리 휜 바람만 가득하다
그날 자살바위를 설명하는 당신 뒷모습이
허공을 이고선 저 바람이었을까
오늘, 순례 기차에서 내린 간이역
태종대 바다는 잘 익은 가을빛인데
빨강 노랑 파랑이었던 내 간이역은
기어코 무채색 종착역에 닿으려 하고
코끝을 당기는 생강차에서
싸아한 슬픔 같은 향기가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