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1월 6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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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파랑새가 있었답니다
언제나 함께였지요
넘어지면 잡아주고
우울할 땐 달래주고
봄날엔 황홀한 꿈도 꾸었지요
가을이면 섬섬옥수 때때옷 갈아입고
추억의 씨앗을 뿌리기도 했고
나무가 자라 그늘이 생기듯
세월이 만들어준 쉼터가 영원할 줄 알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하늘 저만치서 먹물 토해내며 떼구름 몰고 들이닥치더니
기다림은 그리움으로
사랑은 미움으로 바꿔 버리고
마른 눈물만 남아 있을 즈음
지난날이라는 이름만 남겨두고 떠나 버렸습니다
파랑새는 다시 와 줄까요
그때는 몰랐습니다
세월이 물길 따라 물결 따라 흘러간다는 것을
성숙은 아픔의 자식이요
나보다 당신이 먼저여야 했었음을
당연하다 믿고 살아온 세월이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겨우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