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1월 6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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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수지요양원 나무 그늘서 초롱꽃을 본다
칼날 같은 유월의 햇살에 고개 숙여 얼싸안은 자줏빛 통꽃,
바다 건너 제주서는 못 보던 꽃 예서 본다
잠깐 허천바레* 는사이
차마가라** 그 곁에서 우리 이모 볼우물을 파고 있다
세모시 옥색 치마가 어울려 사슴의 눈동자로
벌 나비를 사로잡았던 이모 세월이 그대로인 줄 알았는데
골, 골짝에 방어선이 무너져
간이역도 없는 야간열차로 목적 없이 내달리고 있다
매일매일 백팔염주를 굴리다 하간디*** 다 녹 쓸어버린 서방
강 너머 마실 떠나가고
오늘도 골세포가 하나씩 길을 잃어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새끼들의 얼굴조차 몰라보고
저리 밀면 미는 대로 이리 끌면 끄는 대로
초점 풀린 삭정이 같은 이모
이마에 초롱불 붙이고 칠흑 같은 터널 속으로 걸어간다.
*한눈팔다(제주어)
**차마(제주어)
***여러 곳(제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