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1월 6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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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볕이 하도 좋아서
우기로 눅눅했던 이불을 넌다
이불속으로 구름이 틀어져 들고
바짝 마른 벼이삭 같은
사각거리는 소리들이 든다
아무리 가을볕을 넣어도
무겁지 않은
가을볕 솜틀법
뭉특하게 굳은 뒤숭숭한 꿈자리들과
이곳저곳 뭉친 늦잠들이
보송보송 새로 부풀고 있다
이불을 너는 빨래대 사이로
소매가 긴 블라우스 안 속살을 따뜻하게 감싸는
가을볕의 온도가 꼭 엄마의 체온 같아서
높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내팔을한번만져본다
한 반나절만 널어 놓아도
구름 몇채는 거뜬이 들어가고
따가운 정오의 햇살과
수천 그루의 나무들이 흔들어 놓은
바람이 빵빵하게 들어 찬다
시들었던 꽃무늬들도
생생하게 되살아나고
바늘땀을 따라 가지런하던 실밥들도
더욱 질겨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