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1월 6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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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언덕 위 꽃으로 피었다가
암흑의 땅으로 숨결이 저문다
왜 너는 나에게 꽃으로 피었다가
쓸쓸한 어둠의 칼날을 드리우는가?
햇빛 찬란한 미소의 눈으로
끝까지 나를 비춰주지!
양지의 따스함만 가르쳐 주지
왜 음지의 고독을 가르치려 하는가?
곱게 뿌린 씨앗이 되어
봄날의 꽃들처럼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바랐는데
얼음 같은 냉정한 눈빛 소스라치는 서러움
한겨울의 문풍지 떨림처럼
너의 분노는
서슬 퍼렇게 가슴을 파고든다
꽃이 또 내게 저물려고 하는가?
꽃이 또 나의 삶을 외롭게 하려고 하는가?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쉴새없이 피어올랐던 따스한 정들이
흩어지는 모래알처럼
나의 한 송이 꽃은 말갛게 저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