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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밥 딜런, 황석영 그리고…

한국문인협회 로고 윤기관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10월 6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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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대계 체코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가 타계한 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중편소설 「변신」에서 주인공 그레고르를 내세워 인간이 동물로 퇴화하는 내용을 담은 전위적이고 독특한 문학세계를 개척했다.
그는 한낱 ‘과거완료형’ 작가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도 ‘카프카적’이라는 용어가 오르내리는 ‘현재진행형’ 소설가이다. 요즘 우리나라 MZ세대가 ‘제2의 카프카’를 선호하는 세대로 등장하였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 “내가 바퀴벌레로 변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쏘아댄 ‘바퀴벌레 소동’ 장본인이다.
100년 전 카프카가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무엇일까. ‘해충 꿈’처럼 불쾌하고 무섭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우리 사회에 파고들어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현실에 대한 경고음으로 들린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나에게 던져준 숙제이다.
미국의 싱어송 라이터 밥 딜런(Bob Dylan)은 시인, 화가, 배우, 그리고 기독교인이다. 2016년, 참신하고 시적인 표현을 창조해낸 공로로 노벨문학상에 선정되었다. 그는 일찍이 스스로 ‘거듭난 그리스 도교인(Born again Christian)’이라고 고백했다. 유대인 신분에서 기독교로 귀의했다. 그는 무슬림이 93%나 되는 방글라데시에서 공연한 바 있다. 노벨상의 선정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 나에게 주는 시사점이 떠오른다.
황석영 소설가의 「철도원 삼대」라는 소설이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로 선정되었다. 그는 이번에 상을 받으면 노벨문학상도 기대한다고 흥분했다. 빈손으로 돌아왔다. 기존 소설형식에 바람이 일고 있는 게 아닌가.
흥분한 것은 바로 ‘나’다. 나도 부커 인터내셔널상에 관심을 갖고 10년 프로젝트를 설계했다. 기독교 용어로 ‘느헤미아 프로젝트’라고 명명하였다. 내가 도전하는 장르는 「장편 수필」이다. 제목과 줄거리도 노트북에 입력해 두었다. 늦게 시작한 문학의 길이어서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내가 노벨상과 부커상에 도전하고자 마음먹은 지는 몇 년 되었다. 세계적인 문학상은 시대정신을 담아야 하고, 하나님의 손길이 닿아야 한다고 확신한다.
120년이 넘은 노벨상은 노쇠하여 매너리즘에 빠진 듯하다. 시쳇말로 ‘쿨’한 바람을 갈망한다. 최근 그러한 산뜻한 바람이 제법 세게 분다. 나에게는 훈훈한 바람이다.
스웨덴 한림원이 시인이자 뮤지션인 밥 딜런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듯이, 부커상 위원회가 힌디어와 불가리아어 등 생소한 언어의 작품에 상을 안겨주듯이, 그동안 갈고 닦은 다양한 예술 활동경험으로 잘 우려내면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까.
세계적인 문학상은 지금 무엇을 갈망하고 있나? 오랫동안 이어져 온 관습에 물려 지루함을 느끼는 모습이다. 문학계에 늦게 출발한 나는, 오랫동안 고착화한 문학 형식에서 탈피하고자 새로운 장르를 고안했다. 문학은 문학인의 전유물에서 탈피하려고 꿈틀거린다. 아니 몸부림친다. ‘허구와 상상’을 통하여 삶의 교훈을 찾으려는 그동안의 방식은 더이상 현대인들을 감동시키기에 역부족이다.
현대문학은 삶의 현장 중심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전문가를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직업에서 찾아낸 보통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찾는다. 간호사, 간병인, 섬마을 의사, 국선변호사, 이주민 거주 주택 건축가, 구족 화가, 삼등열차 기관사가 창안한 소설들이 그것이다. 없는 일을 사실처럼 꾸민 허구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로 녹여낸 ‘우리들’의 이야기를 찾는다.
소설과 수필은 산문 형식이다. 소설은 주어가 삼인칭이고 수필은 주어가 나(일인칭)이다. 소설은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상세하게 전개한다. 한 권의 수필집 속에 든 수필들은 제각각 다른 내용을 다룬다. 이것도 역시 오래된 구분이다.
나는 과감히 ‘장편 수필’에 방점을 찍는다. 제목은 ‘경계인’이다. 경계선상에 놓인 자들이 겪는“나, 너, 우리”의 이야기이다. 삼부작이다. 새로운 도전이다.
제1부는 ‘1952년생 남자’가 겪는 세대 간 갈등을 그린다. 아버지와 한 세대, 자녀들과 한 세대 차이의 경계선상에 놓인 자들이 겪는 ‘세대 간 갈등’이다. 제2부는 ‘북한이탈주민’이 겪는 인권적 갈등이다. 무궁화(대한민국 국화)에 목란(북한 국화)이 접목되고 있다. 어떤 목란은 무궁화로 피어오르지만 어떤 목란은 여전히 그 본래를 벗어나지 못한다. 주위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경계선상에 놓인 탈북민이 겪는 ‘민족 간 갈등’이다. 제3부는 불교국가 미얀마의 종족 말살 정책에 쫓겨 방글라데시 남쪽 콕스바자르에 간신히 정착한 미얀마 난민이 겪는 애환과 갈등을 다룬다. 경계선상에 놓인 로힝야족이 겪는 ‘종교 간 갈등’이다.
나는 시인, 수필가, 수묵산수화가, 목판화가, 사진작가, 여행작가이다. 이들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장편 수필’을 집필하는 데 도입될 스마트한 도구들이 될 것이다. 삶의 현장에서 겪은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로 승화하여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당기고 싶다. 그날을 향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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