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10월 6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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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 학업에 부담이 되는 말은 하지 않았다. 성적이 부진해도 크면서 나아지겠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다른 학부모의 마음과 같았다.
막내가 초등학교 4학년 무렵이었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쓴 손편지를 가지고 왔다. 집사람과 내가 깜짝 놀랐다. 우리는 학교 가까이도 가지 않았으므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선생님의 또박또박 예쁘게 쓴 필체를 잊을 수가 없다.
아이가 수업시간에 학업을 따라오지 못해 손장난을 합니다.
집에서 도와 달라는 담임선생님의 친서였다. 얼마나 고마운 내용인가. 순수하고 제자 사랑하는 마음이 편지에 묻어 있었다.
막내가 자기 엄마처럼 애살이 많아 집 근처 보습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했다. 학교 시험도 덩달아 상위 점수로 올랐다. 우리 내외는 과외 학습의 힘을 처음 알았다. 그러나 적은 봉급으로 계속 이어가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보충수업 덕택으로 중학교에 진학하여 무난히 다녔다. 그러 나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은 여전히 미흡했다. 우리 내외는 미진한 부분은 학교에서 배우면 되는 줄 알았다. 이런저런 사유로 성적이 크게 오르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방과 후에는 막내와 야구공 던지기 놀이를 했다. 벌써 막내의 손에 힘 이 들어가 받으면 내 손이 아팠다. 내가 공을 놓쳐서 주워 오는 일이 반복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가끔 야구부 있는 중학교에 전학시켜달라고 보챘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운동하고 공부도 잘 하기를 원했다.
고등학교는 진학시험이라는 관문을 지나야 했다. 누나는 동생의 중학교 졸업이 가까워 국어, 영어, 수학까지 도울 시간이 없었다. 미술, 음악, 체육의 암기할 내용을 동생에게 외우도록 했다. 나는 매주 주말에 고등학교 진학시험 예상 문제를 풀도록 했다. 그리고 정답을 가지고 성적을 확인했다. 교육은 학교도 중요하지만 가정에서 더 관심이 필요 하다.
고등학교 진학은 무난했다. 학업이 중상위권이고 야구도 여전히 좋아했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국어, 영어, 수학과목이 대학에 가려는 막내의 발목을 잡았다. 과외를 모르는 부모의 잘못도 있었다.
진학학원에 등록했다. 일 년 동안 노력하여 나름대로 수준에 맞는 학교에 다녔다. 다행히 전공과목이 마음에 드는지 공부하는 시간이 길었다. 물리학 분야에 열정을 보이면서 한눈을 팔지 않았다. 세계는 넓었다. 자기와의 싸움에 도전했다. 부모의 힘은 멀어지고 가족의 손도 떠났다.
어느덧 고사리 같은 손주가 글을 읽고 쓰기에 나섰다. 주변은 소가 풀을 뜯는 목가적 풍경이 사라지고 도시 생활로 바빠졌다. 육아를 전담 했던 여성들이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진출했다. 사회의 단체나 개인은 곳곳에서 다양한 의견을 주장한다. 자라는 미래 주인의 앞길이 미로라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사회에 첫 출발하는 젊은이는 공부도 많이 했다. 경쟁심이 치열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성취하기도 한다. 힘 있는 자가 자랑스러우나 일부는 겸손을 몰라 말썽을 일으키기도 한다. 인성을 가볍게 생각하기도 한다. 어느 학부모는 어디서 힘이 나오는지 선생님의 교권을 야기한다. 교사 근무지 운운하는 말이 들려 선생이란 직업도 흔들린다.
어린이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선행 학습을 한다. 초등학교에서 는 미술이나 피아노, 태권도를 배우느라 시간이 없는 손주가 가엽다. 추억이 오래 가는 동네 친구를 만들기나 하는지. 동기들이 적고 외동도 많아 성품이 어찌될지 걱정이다. 우리의 미래는 밝아야 하는데.
배우는 학생들끼리 사춘기와 외부의 유혹으로 학교폭력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나돈다. 당사자끼리 화해도 어렵고 학부형도 예민하여 가까운 가족을 우울하게 만든다.
배움은 학교나 당국자, 가정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우선이라며 있는 돈, 없는 돈으로 과외 교육에 힘을 쏟는다. 교사와 부모가 협력해도 제도교육이 부족하여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선행 학습을 거친 학생이 처음 배우는 친구들과 한 교실에서 공부한 다. 누가 얘기하는데 수업 중에도 ‘과외하는 학생을 외부에 보낸다’는 말을 들었다. 선생님은 출발선이 다른 학생을 어느 수준에 맞추어야 할 지 과제다. 사회생활도 지도해야 한다. 학생들은 많은 사랑과 인내를 교사에게 요구한다.
좋은 부모가 되기는 어렵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우리는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 부모나 가족도 나름대로의 멘토링이 필요하다. 한마디 한 마디가 학생에게는 일생이 달라질 수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앞산의 아카시나무 꽃이 만발했다. 향기가 문 틈으로 풍길 때 손녀가‘어버이 날’이라고 손편지를 가지고 왔다.
할머니 할아버지 저의 아버지를 잘 키워서 우리에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가족이란 울타리 속에 사랑이라는 씨앗은 여전하다. 가정에서 사회 까지 이어보자. 교육이라는 여건도 여기서 찾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