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10월 6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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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도 바닷가에서 고동을 주웠다
고동의 안쪽은 미끈한 복숭앗빛 살결
속은 보이지 않는다
펄과 바위와 물에서 살아내느라
겉에 거친 주름이 잡혀 있는데
칸칸의 매듭을 최소의 간격으로
접어놓은 것 같다
파도와 싸우며 몸에 새긴
한 칸 한 칸에 담은 물결무늬
바다의 축소된 상형문자다
고동의 가운데쯤 구멍이 나 있다
저도 별을 보고 싶었던 날이 있었을까 그래서
집을 비우고 길을 나선 걸까 속 비고
모서리 버린 몸이 한결 가볍다
고동을 귀에 대어본다
주름졌던 몸이 아코디언처럼 늘어난다
바다를 담았던 바람 소리가
막혔던 귀를 찢고 먹먹하게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