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10월 6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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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덩치만큼 부지런하였다
장맛비가 억수같이 퍼붓다 잠시 그치고
밝음이 어둠을 밀어내는 시간
그녀는 고추밭을 살피고 콩밭을 지나
어산리 논둑을 살피다가
갑자기 불어난 농수로에 빠졌다
주저앉은 자세로 거센 물살을 타고 떠내려가다
반사적으로 휘두른 손에 긴 막대가 잡혔다
범람하는 하천 가장자리에 무성한 잡풀을 잡고
간신히 물 밖으로 나왔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왜 이리 화가 나는가
나의 무지가 그녀를 빗속으로 내몬 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짓누른다
그래 우리 손 잡고
행복한 웃음 웃으며 걸어보자
행운이 이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