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10월 6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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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호 따라 흐드러지게 벚꽃이 핀 어느 봄날
나비넥타이에 정장을 차려입은 노년의 신사와
개나리색의 원피스를 입은 원숙한 여인이
주름진 손을 꼭 잡고 꽃비를 맞으며
출렁이는 은빛 물결 사이로 걸어간다
이른 아침 남편의 성화에
일찍 일어나 준비를 했지만
늦는다고 성화에 이끌려 나왔다
젊은 사람들이 다정하게 스처간다
부인을 바라보는 눈길에는 아련한 추억 속으로 향한다
아름답고 발랄하던 모습이 눈에 스쳐간다
서로를 바라보다 눈길이 마주치며 웃는다
두 사람 머리 위로
하얀 꽃비가 바람 따라 앞서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