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10월 6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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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마른가지에
노란 꽃망울이 빼꼼
봄 인가, 서재 정리라도 해야겠다
한번 더 보겠다고 꽂아 둔 책들
세월을 감당하기 버거워
빛 바랜 표정들로 수런거린다
모서리 한켠에서
보란 듯 떨어지는 화보집 한 권
눈길이 가 펼쳐든다
첫 장을 여니, 화가가 반갑게 손을 내민다
시선이 붓끝에 머물자
선과 색감
오묘한 표정과 짙은 감성으로
말을 걸어온다
삶과 열정
인간적인 고뇌와 자기애
한계에 대한 도전과 방황, 그리고
기다림들로 구성된 단편소설을
마구 마구 들려준다
난,그림을 잘 모른다
그릴 줄도, 작품을 이해할 줄도
그 부끄러움을 만회하려
미술관이며 전시회장을 많이도 기웃거렸지만
항상 그대로였다
봄 탓인가 아니, 살다보니
오늘에야 그림이 보인다
화가 손을 잡았더니
내 안의 집이 보인다
많은 시간이 지나도
한번 쯤 다시 읽어 보고 싶은 시가 있듯
가끔, 날 불러내는 그림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