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10월 6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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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품리 할머니가
농사지은 노란 메주콩에는
근처 숲에서 들리는
비비새 지빠귀의 화음이 스며 있다
마당에 비닐 펴고
도리깨로 콩 단을 내리치면
노랑 콩 통통 튀어나와 곤두박질하던
율동의 즐거움이 묻어 있다
하늘 구름 바람 소쇄한 뒤뜰에서
줄무늬 다람쥐 숨바꼭질 보기는커녕
가마솥에 삶기느라 붉은색 서린 콩
수련의 기운이 새겨 있다
지품리에서 온 메주
정월 첫 말 날. 아침 항아리에 넣는다
내게로 온 선물 같은 콩의 내력에
당신 속이 편안해지기를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