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10월 6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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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보면 따로따로 헤어져 살아야 했다
한 지붕 밑 또는 같은 동네에서
그리운 사람들과 언젠가는 떨어져 살았다
어느 날 호젓한 숲속 잔디 벤치
높고 푸르고 깊고 먼 먼 하늘을 본다
살아온 시간의 길이만큼의 추억을
하늘에서부터 땅까지 끌어당겨 자세히 본다
아스라이 먼 별빛 몇 개까지 어렵게 당겨 찾아냈다
오래 생각하고 쳐다볼수록
마치 거울 속 얼굴처럼, 혹은 사진 속 사람들
처음엔 희미하게 나중엔 선연히 잘 보인다.
알고 살아온 수백 수천 얼굴들
벤치에 드러누워 사유의 하늘 거울에 비춰 보면
새 아침 도봉산 바위에 햇살 눈부시듯
더 잘 보이고 내 안에 전달되는 숨결들
유년에 고샅에서 함께 놀던 순이와 철수도
시인 장만영의“달·포도·잎사귀”시처럼
순이한테 달빛이 밀물처럼 밀려오듯
저 멀리 뵈는 별빛 한없이 그립고
볼수록 저 멀리 높은 별빛과 비켜선 달무리가
하늘에 패인 우물 속 파란 호수에
그리운 사람들은 죄다 모아 놓았다
가을 파란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오늘 밤 하늘은 깊고 푸르게 더 잘 빛나고
저 멀리 별빛에 내 유년의 고향도 보였다
그리운 것들 나이 들어 더 간절한 절대한 생명 같은 것들
내 어찌 잊지 못한다
어찌 보면 헛된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벌거숭이 몸뚱이
저 멀리 하늘 별빛이 떨며 어느덧 내 가슴에 와서 박힌다.
살면서 그때 그때 알고 부대끼며 지나온 나그네 같은 얼굴들
오늘 밤 호젓한 사유의 숲속에 많은 얼굴들
저 멀리 별빛이 되어
우루루 내 안에 빨려들어온다 하나씩 둘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