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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로고 이선희(안혜)

책 제목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가을호 2024년 9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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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뚝딱뚝딱뚝딱 탁탁툭툭.
산어귀 아담한 공원에 망치 소리가 요란합니다. 큰 나무 아래에서 사람들이 고양이 집을 짓고 있습니다. 다 지은 고양이 집을 나무에 기대어 놓았습니다. 먹이와 물을 챙기고는 그들은 산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한참 있다가 엄마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슬금슬금 다가옵니다.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폴짝폴짝 뛰어 입구에 섰습니다.
“엄마, 우리에게도 집이 생겼어요.”
댕이가 집 안을 기웃대며 말했습니다.
“집 지어 줬다고 사람들 너무 믿지마. 혼자 다니지 말고 조심해. 알았지? ”
엄마 고양이가 눈빛과 말로 단속을 합니다.
어느 날, 아이 두 명이 깃털 낚싯대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댕이가 눈을 반짝이며 다가갔습니다. 휘두르는 깃털 낚싯대를 쫓아서 이리저리 정신없이 움직입니다.
“동이야, 이리 와. 너도 같이 놀아. 이거 정말 재밌어.”
동이는 집 근처에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할 뿐입니다.
그때, 한 아이가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댕이 뒤로 살금살금 다가갔습니다. 몸을 낮추더니 댕이를 향해 손을 뻗었습니다.
“댕이야, 도망쳐.”
동이의 큰 소리에 댕이는 쏜살같이 산으로 뛰어 숨었습니다. 뒤쫓던 아이는 실망한 듯 어깨를 쭉 늘어뜨리더니 돌아갔습니다.
며칠 후, 따뜻한 햇볕에 댕이와 동이가 바닥에 늘어져 있습니다. 모자를 쓴 아저씨가 느릿느릿 다가와서 쪼그려 앉더니, 조그마한 캔을 손으로 땄습니다. 맛있는 냄새가 순식간에 산 공기에 퍼졌습니다. 댕이가 기지개를 펴며 일어났습니다.
“댕이야, 가만히 있어 봐.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 그래? 엄마 말을 생각해.”
“좋은 사람도 있어. 난 가볼 거야.”
댕이가 천천히 의자로 다가갔습니다. 아저씨가 일어섰습니다. 댕이가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섭니다. 아저씨가 캔을 천천히 내밀었습니다. 댕이는 코를 벌렁대며 캔 가까이 가서 허겁지겁 핥아먹습니다. 댕이가 동이를 쳐다봅니다.
“동이야, 이리 와. 정말 맛있어. 밥이랑 완전 달라.”
“싫어. 못 가겠어. 너나 빨리 먹어. 엄마한테 들키겠어.”
댕이가 다시 캔에 코를 박고 바닥까지 깨끗하게 먹었습니다. 아저씨가 댕이의 머리와 귀 뒤를 부드럽게 쓰다듬었습니다. 등을 서서히 쓰다 듬다가 손길을 멈췄습니다.
“얼른 와. 저기 엄마가 보여.”
동이를 향해 댕이가 재빠르게 뛰었습니다. 동이 옆에 앉아서 입 주위를 깨끗이 핥았습니다.
“이게무슨냄새지? 사람옆에갔었니?”
엄마 고양이가 매섭게 말했습니다. 댕이의 눈동자가 커지며 귀를 뒤로 젖혔습니다.
“엄마, 그러니까 그게…. 어떤 아저씨가 캔 간식을 주셨어요. 좋은 사람이었어요.”
목소리가 흔들리는 댕이를 엄마 고양이가 노려보다가 말했습니다. “그래도 조심해. 엄만 사람들과 많은 일이 있었어. 아빠도 사람에게 쫓기다가 사고를…. 그 길로 산으로 왔는데, 여기도 사람이 많네. 이곳 사람들을 살피고 있다. 너희도 살펴야 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댕이가 말했습니다.
“저는 이미 좋은 사람을 만났어요. 이곳 사람들은 다를 수 있잖아요. 안 그러니? 동이야? ”
“으음, 그러니까 그게 다, 다른 것도 같아요. 어제도 학생들이 와서 청소했어요. 밥과 물도 새로 주고요. 엄마.”
엄마 고양이는 새끼 고양이들 눈을 번갈아 보며 말했습니다.
“다를 수 있지. 하지만 조심해. 나쁜 사람도 있어.”
해가 질 무렵에는 매일 큰 가방을 멘 아주머니가 공원을 지나갑니다. 어떤 날은 의자에 앉아서 고양이들에게 눈인사를 건넸습니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습니다. 댕이와 동이도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떴습니다. 언제부턴가 댕이와 동이는 캔 간식을 준 아저씨를 캔 아저씨, 큰 가 방을 멘 아주머니를 가방 아주머니라고 불렀습니다. 가방 아주머니가 가고 나면 고양이들만 어둠 속에 남았습니다.
어느 날, 몸이 거대하고 얼굴이 빨간 아저씨가 공원에 나타났습니다. 비틀거리며 고양이 집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발걸음에 땅이 울리는 듯 했습니다. 지는 해를 등에 져서 마치 괴물 같았습니다. 고래고래 소리도 질렀습니다. 겁에 질린 고양이들이 집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저씨가 고양이들을 향해 손을 뻗었습니다. 엄마 고양이가 소리쳤습니다.
“지붕위로올라가. 어서.”
커다란 아저씨의 손이 지붕 위를 향했습니다.
“나무 위로 가야겠어. 서둘러.”
고양이들이 있는 힘을 다해 나무 위로 오릅니다. 야옹야옹 소리가 공원 가득 퍼졌습니다.
그때, 아저씨가 나무를 잡더니, 고양이 집을 밟고 섰습니다. 우지끈 뚝딱 고양이 집이 부서졌습니다. 고양이 집과 함께 땅에 처박힌 아저씨는 꿈틀댈 뿐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동이야, 사람들이 올 거야. 그때까지만 참아.”
목을 빼고 두리번거리며 댕이가 말했습니다.
“방금 우리를 해치려고 한 게 사람이야.”
댕이를 보며 엄마 고양이가 말했습니다.
“좋은 사람도 있어요. 엄마.”
지지 않으려는 듯 댕이가 대꾸하였습니다.
가방 아주머니가 산어귀에 들어섰습니다. 새끼 고양이들이 크게 울었습니다. 가방 아주머니가 나무 곁으로 뛰어왔습니다. 아저씨가 서서히 일어나 앉더니 비틀댔습니다. 아저씨 손이 고양이들을 향해 잡는 시늉을 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가방 아주머니가 가방을 앞으로 메고, 지퍼를 열었습니다. 댕이와 동이를 양손으로 붙들어 가방에 넣었습니다. 엄마 고양이는 나무 위로 더 오르려 했습니다.
“엄마, 좋은 사람이에요. 내려와서 힘을 빼요.”
“그래야 우리랑 같이 갈 수 있어요.”
댕이와 동이의 말에 엄마 고양이가 가방 아주머니에게 몸을 맡겼습니다. 아저씨가 고함을 치자, 놀란 가방 아주머니가 양손으로 지퍼를 조금 올리더니 마구 뛰었습니다.
한참 후, 환하게 불이 켜진 집으로 들어섰습니다. 눈처럼 하얀 고양이가 폭신하고 둥근 제 집에서 고개를 내밀다가 쏙 들어갔습니다. 가방 아주머니는 고양이 세 마리를 차례로 씻겼습니다.
“여보, 수건 갖다 닦고, 드라이기로 말려 줘요.”
“그래요, 잘못하면 감기들겠다.”
가방 아주머니와 캔 아저씨가 함께였습니다. 고양이들은 부부의 빠른 손에 뽀송뽀송해졌습니다.
“애들아, 맘 놓으면 안 돼.”
“엄마, 이분들은 딱 봐도 좋은 사람이에요.”
“그래도 안 되는데….”
엄마 고양이 눈이 반쯤 감겼습니다.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했습니다. 이내 머리를 바닥에 대고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동이야, 가방 아주머니 참 고맙다. 그지? ”
“그러게, 난 죽는 줄 알았어. 근데 우리 집이 또 생길까? ”
“글쎄…. 아! 졸려.”
댕이와 동이의 몸이 늘어졌습니다. 둘이 하나인 듯 껴안고 잠이 들었습니다. 엄마 고양이에게 기댄 채였습니다.
부부가 식탁에 앉아 차를 마십니다.
“셋 다 잠들었어요. 위험해서 데려오긴 했는데. 우리가 넷을 돌볼 수 있을까요? ”
“할 수 있을 거요. 나도 데려오고 싶었어요. 잘 데려왔어요! ” 
향긋한 차를 한 입 마시고, 캔 아저씨가 대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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