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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로고 박영환(부산)

책 제목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가을호1 2024년 9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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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시골에 유기견들이 너무 많다. 도회지에서 키우다가 싫증이 나거나 무슨 사정이 생기면 멀리 시골에 버리고 가는 것 같다. 내가 퇴직 후 돌아와 머무는 고향 마을에도 그런 개가 여러 마리 있다. 이들이 꾀죄죄한 몰골로 다니는 것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 도대체 잠은 어디서 자며 먹이는 어떻게 구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설령 잠은 빈집 처마 밑 이나 들판 짚둥우리 같은 곳에서 잔다고 하더라도 먹이는 쉽게 구해질 수 없을 것 같았다.
집집마다 가축이 있던 시절에는 쌀겨 등 먹이를 훔쳐 먹을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딱히 먹을만한 것을 찾기 어렵다. 그런 상황이니 동리길 고양이 새끼들이 배겨나지 못한다. 큰 고양이는 같이 대적을 하기 때문에 잡아먹지 못하지만 새끼들은 쉽게 밥이 된다. 그리고 이들은 산에도 떼로 몰려가 공동 작전으로 고라니 등을 잡아먹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도 생각보다 많지 않고 또 잘 잡히지도 않기에 굶주림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지난겨울, 집에서 조금 떨어진 우리집 빈 농막에 새끼 여섯 마리가 태어났다. 거의 방치한 공간이라 겨우 눈비만 피할 수 있는 곳이 다. 내가 갔을 때 어미는 먹이를 구하러 갔는지 없고 아직 눈도 덜떨어진 새끼들만 머리를 맞대고 곰작거리고 있었다. 이들을 키우려면 어미의 젖이 돌아나야 할 텐데, 이 혹한 속에 어디서 먹이를 구할 것인가? 기가 막혔다. 아무 대책 없이 새끼를 낳았으니 딱하다 못해 미워죽을 지경이었다.
주변에도 이들을 불쌍하게 여겨 데려갈 집은 없을 것 같았다. 사실 우리집에도 개를 키우지 않는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일 때 우리집 ‘워리’가 개장수에게 팔려갔다. 그때 농촌에 족보 있는 개는 별로 없고 대부분 식용견이었고 이름도 전부 워리였다. 어느 날 학교에 갔다가 오니 우리 워리가 팔려 가고 없었다. 나를 무척 따르던 친구라 길길이 뛰다가 동리 입구 한길로 나왔는데 이때 갑자기 어디에서 이 친구가 달려와 나의 볼을 부비기 시작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 아마도 잡혀 가던 중 줄이 풀어져 탈출을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잠시 뒤 찌익, 급정거하는 트럭 소리와 함께 개장수가 나타났다. 그때 나는 워리를 지킬 심산으로 풀어주지 않고 온몸으로 끌어안았는데 그게 잘못이었다. 성이 난 개장수는 아이가 안고 있는 상태에서 몽둥이로 워리의 머리를 내리쳤고 축 늘어지자 “개 XXX”하고 분통을 터뜨리며 차에 던져 올리고 는 사라졌다. 온몸에 피투성이가 된 나는 트럭을 따라가며“개 XXX야” 하고 고함을 질렀다. 그날 이후 우리 집에는 절대로 개를 키울 수 없었고 나는 평생 개고기를 먹지 않았다.
급한 김에 사료 한 포대를 사왔다. 구멍을 적당하게 뚫어 먹게 하고 는 옆에 물도 떠다 주었다. 이만하면 얼마간은 견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튿날 가 보니 사료 포대가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개는 영리한 동물이라 과식을 하지 않고 양에 맞춰 먹는 습성이 있다. 실제 우리 옆집 어느 분은 고향집에 계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어머니가 키우던 개를 당장 어떻게 할 수 없어 사료 포대를 뚫어 놓고 갔더니 적당하게 먹으며 잘 지내고 있었다고 했다. 그걸 생각했는데 빗나간 것이다. 가만히 보니 어미개만 먹은 것이 아니고 주변에 있던 유기견들이 떼로 몰려와 다 해치운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다시 한 포대를 더 사서 주었지만 역시 금방 빈 포대만 뒹굴었다.
이건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동물보호협회에 신고를 했다. 요즈음 유기견들이 낳은 새끼들이 민원 대상이 되니 신고를 하면 데려 가는 것이다. 그곳에서 어느 정도 키워 원하는 분들께 무료로 분양을 한다고 한다.
동물보호협회 분들이 왔다. 그런데 아직 젖이 떨어지지 않아 새끼들만 데리고 갈 수 없으니 어미와 같이 데려간다면서 틀을 입구에 설치하고 새끼들을 그 안쪽 구석에 넣어두었다. 틀의 잠금장치가 예민하기 때 문에 어미가 새끼를 구하려 들어갔다가 새끼와 같이 갇히게 될 것이라 했다. 그런데 이튿날 가보니 틀은 그대로 있고 새끼만 용하게 다른 곳에 옮겨져 있었다. 어미가 지극한 모성애로 조심조심 밤을 새워 물어낸 것 같았다. 
협회 사람들이 탄복을 했다.
“제가 여러 번 틀을 놓아봤지만 이렇게 새끼를 물어내는 녀석은 처음 봤습니다. 버려진 개이긴 하지만 족보가 있는 아주 영리한 개인 것 같습니다.”
그 뒤 한 번 더 시도했지만 역시 실패하고 말았다. 그분들이 돌아가고 난 뒤 가만히 생각하니 이렇게 영리한 개라면 비록 추운 겨울이라 해도 어떻게 하든 제 새끼를 무사히 키워낼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니 나름 안심도 되었다.
그 뒤 마침 나도 외지에 나갈 일이 생겨 이들을 챙길 수 없었다. 문득 문득 새끼들이 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리한 어미를 믿었다. 며칠 뒤 돌아와 농막에 가보았는데 어미는 어디로 갔는지 없고 새끼 다섯 마리는 이미 숨이 떨어졌고 한 마리만 애절한 모습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스르르 눈을 감았다. 아무리 영리한 어미라 해도 감당을 못했던 것 같다. 아니면 허둥지둥 먹이를 구하러 다니다가 어미까지 목숨을 잃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얼은 땅을 파고 여섯 마리를 묻어주며 조용히 뇌었다.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구나. 잘 가거라. 다시 태어난다면 귀하게 대접받는 곳에 태어나거라.”
찬바람 한 줄기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후려쳤다. 개나 사람이나 모든 생명체가 공평한 세상에서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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