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가을호1 2024년 9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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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을 뽑다가
꽃을 뽑았다
그리곤 다시 꾹, 눌러 놓았지만
이미 중심을 잃어버린
들뜬 마음은 곧
시들고 만다.
그런 들뜬 마음에
제자리를 잡아 주는 일은
비 오기 전이나 비 내리는 그런
궂은 날이 좋다
뽑는 일, 가려서 뽑히는 일도 그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풀과 꽃이 혹 은 풀이라 여긴 꽃과 꽃이라 여긴 풀은 깊은 땅속에서부터 뿌리를 서로 기대어 있거나 엉켜 있다.
그런 풀과 꽃은 어느 것을 뽑아도 곁은
함께 들뜨게 마련이다
이미 들뜬 마음을 모종하여 따로 심어 주었다
단지 한 무리의 구름이 들떴을 뿐인데
참았던 높이들과 매듭들
꽃다지들이 덩달아 들뜬다.
그때, 분간하는 일
가려서 살피는 일이 필요할 때라지만
한번 들떴던 것들은 그 뿌리들
더 질겨진다.
소나기가 내리고 이파리들 들뜬다.
보시라, 숲도 들뜨는 일은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