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가을호1 2024년 9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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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우면 어쩌려고요
잔소리 같은 손짓마다
무심한 비가 내리고
찻잔에 수심을 깨울 때
가슴 깊이 묻힌 그가
시간의 문턱을 넘는다.
여로의 길 못마땅하다는 듯
바탕 붉은 장삼 드리운
금강송 사이로 세차게 내린다.
부서지는 체온과
숨결마저 그리운
부르고픈 그 이름
바람 타고 들이치는
빗줄기를 원망하듯
시간은 체온을 삭혀 가고
데면데면 살아가는
낡은 주름으로 덧댄
마른 안개가 핀다.
봄에는 눈 폭탄이
여름에는 물 폭탄이
생을 자르고 무너뜨린
터
먹구름 짙게 드리운
상념의 장맛비가
바람을 털고 지나간다.
그리우면 어쩌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