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가을호1 2024년 9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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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췄던 빗장을 풀고
새하얀 화선지 바탕 위에
살포시 내려앉아 몸풀기 준비하다
역입법(逆入法) 용틀임하며
검은 나래 펼치네
겹겹이 쌓인 생각들
마음속 가득 넘쳐 들더니
붓길이 이어지면서 물 흐르듯 춤을 추니
이 세상 더 큰 즐거움
어디 다시 있으랴
붓끝의 노랫소리가
온 사방에 펼쳐지기에
발묵(潑墨)과파묵(破墨) 되어
어울려 화음 되더니
그 먹빛이 향기 품어내
천리만리 간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