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가을호1 2024년 9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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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이 작동하지 않는다 희망 온도를 낮추고 손가락 지문조차 집중하기로 한다
비밀을 풀 수 있는 누군가 플러그를 푼다 내면의 보고서 메모 영역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물 감염 될까 창문을 닫아 놓고 오염된 수평선을 끌고 시작으로 넘어간다
벌레가 울고 꽃술이 울고 연인이 울고 실외기가 울고
울음의 영역에는 맨땅이 부풀어 올라 무릎이 공중을 타고 논다 남녀 의 텅 빈 사랑이 서로 잊고 싶단다 다른 이미지를 탐구해 나누는 법 흔들리는 곡선을 묶어 놓고 온도계 붉은 눈알에 얼굴을 파묻는다
차단된 내용은 얼음물
혼자만의 세계에 감염되어 서로를 의심하며 억지로 움켜지는 불안이 보인다
애벌레 가짜사랑의 배후가 꿈틀거린다 거짓이 참말이 되는 순간 잡지에서 막 튀어 나온 것 같은 비수들
무수한 말을 알아듣지 못해 전화기에서 보이스톡 한 것 살짝 지운다 허공으로 산란하는 추상적인 질문이라고 빈정거린다 희망온도는 잉크 빛이다
감수량 속도를 그대로 유지 하고픈 팬 모터 나사를 푼다 탁한 공기는 태풍의 눈에만 보인다 증발해 버리는 줄만 알았던 물방울 안전거리 유지해 가며 조립한다 마음이 언제 바뀔지도 몰라 타고 있는 저 빨간 거짓말이 분노조절 안 되는 실외기를 흔든다
목 잘린 헝겊인형 하나 옥상에 앉아 전생과 환생의 각도를 조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