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가을호1 2024년 9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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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하게 울리는 휴대폰 소리에
새벽잠이 깼다.
지그시 뜬 한쪽 눈이 깜짝 놀랐다.
분명 발신자가‘아버지’라고 뜬다.
돌아가신 지 3개월 만에
천상에 잘 도착하셨다는 전화인가?
비몽사몽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받으니
“애비야 이 전화 이제 죽여라”
어머니의 추상같은 명령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차 조심해라, 약 사와라, 라면 사와라.
점점 베트남어처럼 발음이 꼬여가던
휴대폰 너머의 아버지 목소리
이제 내 휴대폰 속에서도
아버지란 이름 석 자를 지워야 하나?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아버지의 흔적을
오롯이 가슴에 담아 놓고
삭제 버튼을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