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가을호1 2024년 9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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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넓고 깊은 호수에서
부유하는 가년스러운 가랑잎 하나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물결 치면 치는 대로
흔들리다 그대로 물속으로 잠긴다
잠긴 몸은
뱅뱅 돌면서 더욱 깊이 들어가
이렇게 잠기면
모든 번뇌와 고통도 함께 가라앉아
떠오르지 않으면 여기서 해방되리
이제 모든 것은 끝났다
나를 괴롭히던 굴레
질병도 고통도 없는
또다른 세상으로 가서
한번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 보겠지
그런데, 그의 초점 잃은 눈동자가
감긴 눈까풀 앞에 또렷하게 보이는 동시에
깜짝 놀라 내 의식을 깨운다
아! 나에게 달린 가족이 있었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굴레 속에 갇힌 가년스러운 가랑잎 신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