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가을호1 2024년 9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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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경이다
둥그랗게 오므린 손바닥 위에
교각 조형물을 올려놓고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마른번개가
건너온 다리 위로 건너가고 있다
무엇을 빠트리고 갔나
번쩍, 바닥을 훑다 이내 사라진다
렌즈에 순간을 담으려는 네게
바짝 귀 기울이면
다시 하늘을 뚫고 사라지는 빛
공중으로 더 올려봐
손바닥을 잠깐 공글리는 섬광 앞에서
나는 전시되고 있다
별꼬리하루살이의 남은 생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피사체로 담아둔 몇 컷의 트릭,
나를 아슬하게 던져주고
방바닥에 펼쳐진 폭풍전야 수십 컷
번개와 마주한 조리개의 눈빛이
여름을 꿰뚫는
컷과 컷 사이
나는 미완성 트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