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가을호1 2024년 9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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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꽃은 흰 꽃이다
신록의 푸른 바탕 위에 꽃이 핀다
할아버지가 늘 일하시던
밭 건너편 산에 피던 이카시아꽃
학교와 텃밭의 울타리였던 탱자나무꽃
돌 너덜겅에 피는 조팝꽃
계곡을 따라 난 산길가
산딸나무 층층나무 산수국도 흰꽃이었고
할머니가 쌀밥 같다고 좋아하시던 이팝꽃도
여동생이 위암으로 죽기 전 알려준
뒷산 한 무더기 철쭉도
마흔 갓 넘긴 아버지가 타고 가신
상여도 하얀 꽃상여였다
가시덤불 안고 웃는 하얀 찔레꽃은
칠남매를 끌어안고 사셨던
어머니의 환한 웃음
오월은 그리운 가족들이
하얀 꽃으로 내게 다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