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가을호1 2024년 9월 68호
51
0
아주 오래 전 窮민학교 때
웅변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그때 원고의 내용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소리가
쌀독에서 바가지 긁는 소리라는 것이었다
저녁을 준비하시던 어머니가
쌀독에서 쌀을 푸시며
푸념처럼 하시는 말이었다
그 소리는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에게 절망적인 소리였다
난 그 이후로
쌀독을 열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바가지 긁는 소리가 나면
밥을 굶을 수 있다는 사실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이기 때문이다
숟가락을 놓고 돌아서면
허기가 어깨를 짓누르던 시절
굶주림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었다
그때의 허기를 기억하는
내 몸 구석구석 세포에 저장된 식탐은
지금도 먹을 것 앞에만 서면
두 눈에 생기가 돌며
성급한 침이 먼저 식도를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