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가을호1 2024년 9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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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을 보기 위해 커튼을 열자
숲이 움직인다
너는 새보다 뾰족한 부리도 없지만
먹이를 찾듯 무작정 두리번거린다
밖을 장식한 사물이 요람처럼
너의 날숨을 재우고
거듭 진정되지 못한 갈등을 일으키다
너와의 거리는 변수가 있는 만큼 주춤거린다
지척이다가 수만리 먼 곳까지
산에서는 붉은 잎들이 아우성이지만
내려와선 은행나무만큼 아늑한 빛깔도 없다
옆으로 내려진 커튼 자락 보고 있다가
문득, 허술해진 무대 난간에 새처럼 앉아
세상이 초록으로 웃을 수 있게 산 아래로
순하게 귀를 연다
바닷속을 처음 들여다볼 때
공포와 생존 사이가 차오르며
갑자기 떠오르지 못할까 봐
미묘한 감정이입을 숨겨야 할 때도 있었다
실과 바늘이 만나 꽃다리 건너듯
함성으로 다시 술렁이는 이면들
숨 고르기하고 한 끼 얻어먹고 가는 길고양이도
안다는 듯 박수소리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