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가을호1 2024년 9월 68호
24
0
목을 길게 빼고
괜시리 뒤를 돌아본다
분명 두고 온 물건이 있는데
도무지 그게 그건지 알 수가 없다
심각히 호주머니를 뒤적여 본다
손만 넣으면 만져지는 그게 있을텐데
빈손 부스럭 소리만 난다
분명 없어진 건 없는데
손가락 사이로 새 나가는 게 있다
낡은 기억들이
시간을 핑계로 하나 둘 쓰러진다
기다림도 넋을 놓았는가
저녁 안개 속으로 뒷모습만 보인다
그게 있을텐데
모두가 날 떠나도
돌아보면 보이고
손 넣으면 잡히는
그게 어딘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