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가을호1 2024년 9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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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없이 제 자리인 양 항상 박혀 있고
무게감 없이 마음의 짐은 해마다 늘려 놓은
내몸속의내것아닌나의혹-
알은체 말고 흘러가지
어딜 가다 곱드러졌을까
동산에 꽈리 틀고
날름날름 신경을 갉아먹는구나
군더더기 살도‘정’이라
휘어 안고 살다 보면 노여움 가시겠지
솜털처럼 가벼워지겠지
사락사락 다독였는데
너도 나잇살을 먹는 건지
지천명 고갯마루에 부푼 짐을 풀게 하는구나
물목에 널 들어 앉혔으니
네 살이 팽만해진 것도 내 죄
물마에 숨차게 한 것도 내 죄
좌르르 내리질러 너울너울 메말라가기를
피막을 뚫고 나와
거친 땅에 봄뜻이 여물어가기를
수술대 천장 빛이 소금처럼 밝디-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