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가을호1 2024년 9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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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 굽이 몇십 굽이를 돌아
천지 가는 산등성에
듬성듬성 천년을 녹이지 못하고
곰발딱지처럼 굳힌 아픔 안고
광활한 벌판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모질게도 추운 겨울 내내
품에 안고 키워낸 키 작은 야생화들
따스한 봄 햇살 아래 옹기종기 앉아 있다
수많은 발길들 속에 밀려서 오른 천지
하늘과 맞닿아 있는
한 폭의 수채화 속 그림처럼
해발 2744m 산꼭대기에
잔잔한 하늘 호수 같은 모습이
가슴으로 들어온다
알알이 부서지는 햇빛 파편들을 맞으며
고요하게 다가서는 아름다움
신비롭고 경이로운 모습과
장엄함과 웅장함에 압도되어
외마디 탄성조차 부끄러운
한없이 작아진 우리들
가슴속 깊이 낮아지고 또 겸손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