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가을호1 2024년 9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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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어린시절
차령의 자락
칠갑산 맴돌며
자랐다.
따스한 봄날
산 정상에 오르면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산 능선 멀리
아스라이 백마강이 눈앞에 아른해
저길 언제 가 볼 수 있을까
하염없이 마음 다지며 꿈을 꾸다가
진달래꽃밭 헤집고
장곡사(長谷寺)로 하산하길 그 몇 번이던가
여름
천장리 얼음골 여울 따라
헤엄치며 고동도 잡고
개울가 집채만 한 바위
말발굽 자국 깊게 파여진 전설
신비에 젖어들던 때 아득타
섣달 어느 눈 나리던 날
산비탈 오르다
바람 휘몰아쳐 발 헛딛고
숯구덩이에 나뒹굴었어도
그 퍼붓는 눈보라 속에서
우린 왜 그때 그리 깔깔대고 즐거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