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가을호1 2024년 9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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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거나 살구색이거나 빨강이거나 혹은 연두와 하양 하양
동그랗거나 길쭉하거나 새끼손톱의 거스러미 만큼이거나
흰 속살 눈치껏 드러낸 반으로 쪼개진 분홍
세 개의 봉지와 플라스틱 원통에 든
일용할 파스텔 한 줌 털어 넣어야 시작되는 하루
가끔 한두 개 알약이 목구멍을 거부하고 그 언저리를 배회할 때의 쓴맛
생기는 직선 대신 오불꼬불한 나선형이다
노랑이 녹을 동안 사이키 조명 열리고 호르몬은 요동친다
“그동안 지나치게 잠잠하긴 했어, 블루스 타임이 너무 길었어.”
연두는 단단하게 지켜내지 못한 골격으로 가서 결속한다
“다음 약속엔 늦지 않을게, 지키지 못할 약속도 지킬게.”
분홍과 빨강이 녹을 때까지 핏줄 열어둔 채 뉴스를 본다
신선도 떨어지는 헤모글로빈의 고딕 음성이
압력을 거부할 권력 없는 가난한 혈관을 타고도
부디 제 속도로 지나갈 수 있기를
어지러운 뉴스를 정리한다, 채널을 돌린다
벽을 잡고 천천히 일어나 어지럼증은 줄어들기로 한다
지속 가능한 슬픔에 하루치의 철분이 깃드는 동안
우울을 벗은 알약은 무리 무사히 벗어났을까
고르고 거침없이 숨쉬게 하는 당신
형형색색의 명사는 적당히 거리 두고 밀어내다가 섞인다,
생기 지속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