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가을호1 2024년 9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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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선 남부터미널역, 한 남자가 검은 민소매 셔츠 차림으로 시화(詩 畵) 패널을 들고 승차하였다. ‘생각의 새싹 편지’, ‘참다운 생각은 내게서 나온다.’승객들은 핸드폰에 몰입하려고 노력하거나 일부는 외면하려고 하였지만 낯선 장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돈을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침묵으로만 가운데 통로로 한 걸음씩 옮기는 것이었다. 무슨 이유였을까, 무엇을 말하려는 것이었을 까. 그가 전하는 생각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전철이 한 번 덜컹거릴 때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어느 학자는 지나간 역사는 지식의 시대였고 21세기는 생각의 시대라고 강조하였으며 생각을 기르기 위해 시를 읽으라고 하였다. 그의 메시지가 그런 의미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핸드폰에서 잠시라도 멀어지라는 것 같았다. 힘든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와 같이 연신내역에서 내렸고 갈아탄 버스도 같았다. 그의 마지막 목적지는 북한산성이었다. 버스정류장 옆, 벽을 가득 히 채운 패널들 앞에 그가 서 있었다. 그가 전하려고 했던‘생각하라’는 준엄한 메시지가 살아서 행인들과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저벅저벅. 저벅저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