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9월 6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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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해적들이 허공을 치켜드네
굶주린 짐승처럼 이빨을 드러내며
빗장을 풀어제치고 해안을 물어뜯네
매미는 목청 돋워 속옷까지 훑어가네
갈비뼈 드러난 채 핏줄이 돋아난 채
설계도 디자인도 없이 돌을 쌓아 올리네
땀 한 말 눈물 한 홉 달빛에게 바치네
너울이 솟구치면 한밤에도 달려와
뭉툭한 손가락 세워 성채 높이 받드네
*2003년 태풍 ‘매미’로 경작하던 토지가 바다에 쓸려가자 백순삼 씨가 돌을 쌓아올려 ‘매미성’으로 불렸다. 중세 유럽의 성처럼 되어 거제도의 관광지로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