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9월 6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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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같은 세월은
등 뒤의 진실을 알려 하지 않았다
흉몽이었다
요추(腰椎)와 천추(薦椎) 사이
외마디 소리가 들렸다
엉치를 관통한 고통은 아래로 더 아래로
눈을 번뜩이며 발끝을 겨눈다
그 산비알
채송화며 투구꽃이며 각시취꽃 향유꽃 구절초꽃…
계곡물 타고 내리며
길 틀어막는 잡초들 제치고
제 후밋길 내어주던 초가을 꽃 무리
서로 몸 부비며 일어나
꺾인 허리로 들머리 지키고 있을까
길을 내어주는 건
애태운 멍울 하나 가슴 복판에 새겨넣는 일
독기 서린 눈빛
가랑이 적시는 새파란 핏물
밟히기만 해라,
화들짝 밀어 올린 꼿꼿한 꽃대로 목발 짚고 섰을까
가위눌린 밤
침상 밖 꽃봉오리 터트리는 소리에
자벌레 한 마리가 몸을 접는다
기다리지 말아라
이 가을엔 못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