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9월 6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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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았을 뿐이에요
별다른 흑심 없이 마주쳤거든요
사생활 침해 혐의라니요?
데이터 통신망 등에 배포한 일 없어요
관심을 빙자해 불편을 주었던 행동도 아니에요
권리 침해 같은 물리적 행위는 더더욱 아니지요
굳이 말하자면
계절마다 저장했던 한 컷의 사진과 마음 들뜰 땐
영상 한 편씩 남겼던 게 전부였으니까요
매일 아침 첫인사 나누는 숲에
선처를 부탁이라도 해야 할까요
어떤 종의 무리인지 몇 마리 들고나는지…
득세하는 까치 무리와 버금가는 직박구리들
계절이 바뀌면 매미 소리도 공생하겠지요
드센 종들 사이에서 눈치껏 사는 딱새에게는 눈길이 더 갔지요
눈길이 가도 쓰다듬어줄 수는 없었거든요
어찌해야 할까요?
중2병 앓고 있는 옆집 아이가 자꾸만 사랑스러워요
겨드랑이로 파고드는
사나운 직박구리에게도 가만히 견디어주고 싶어요
아침을 차리기 위해 분주한 저들의 행로가
무척이나 궁금해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