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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을 살다보니

한국문인협회 로고 홍경자(서울)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9월 6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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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기려는데
손가방 흔들며 뒤뚱거리는 세 뚱보 할머니의 뒷모습
자신도 백수(白叟)임을 잊고 찌푸려지던 얼굴이
머리에 떠오르는 데스 브로피의 그림전시회 덕분에
환하게 웃음꽃으로 피어나네

우산 쓰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뚱보 할머니들
맥주잔 들고 한껏 배 내밀고 서 있는 할아버지들 
강아지 한 마리 데리고 산책하는 노부부
세일 상점에 모여든 할머니들의 뒷모습
하얀 유니폼 입고 조리사 되어보는 할아버지들 
경쾌한 미소 자아내니 전시작품이 완판되었다네

자의반 타의반 일터에서 해방되니 매일이 심심하나 
허약해진 몸의 이런저런 하소연 들어주기 바쁘고 
듣고 보고 하고 싶은 것 없어 무력감만 자라는데 
청첩장 대신 날아드는 부고장엔 겁마저 드네
이것이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할 노년의 삶인가

어차피 떠나야할 이 세상 웃으며 지내다 가고 싶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하니 
지난날의 잘못은 뉘우쳐 용서를 구하고
오늘이 내 여생의 첫 날인 듯 마지막 날인 듯
고마워서 마음 베풀며 이웃과 더불어 지내면
기쁨과 평화가 넘치는 영생의 은혜 받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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