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9월 6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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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지게 묶인 쪽파 단에 두 마음 풀어 사랑을 볶아 넣고 새우젓 양파 생강 배를 갈아 찹쌀풀에 버무려 통깨를 솔솔 뿌린다
숨이 덜 죽은 파김치 옆구리를 꺾어 뭉뚱그려 맛을 본다 아내는 바람이 엇나간 듯 ‘씁쓸하네요’ 하얗게 웃고 눈치껏 화답하는 나는
‘알싸하니 괜찮구먼, 뭘’ 맞받으며 인절미에 콩고물처럼 우리도 버무려진다
파김치야 짜고 맵고 달고 쓴맛이 가미되어 묵힐수록 새콤새콤 풍미가 나는 걸 씁쓰레한들 쌉싸래한들 어떠랴,
어디 파김치뿐이겠나
사랑도
세상도
쓰고 단맛을 잘 버무려야 익어가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