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9월 6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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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들의 번개모임에 나갔는데
한 원로 작가께서 저서 두 권과 소금 한 봉지를 주신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건네니
소금을 선물로 주는 분이 다 있느냐며 신기해한다
술이 깬 새벽 물 먹으러 거실에 나왔다가
식탁 위에 올려진 소금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소금은 파도의 기억을 온몸에 새기고
태양의 뜨거움에 밑줄을 긋고 있었다
분수로 밀어 올린 혹등고래의 산통(産痛)과
태풍을 잠재운 심연의 슬기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소금은 하루에도 수만 번을 철썩이며
뭍을 동경하던 파도의 소원이었을까
멸치며 정어리 고등어의 지느러미에 채인
미세한 파도의 떨림이 알알이 기록되어 있다
주꾸미와 오징어 낙지의 많은 발로 주무르고 매만진
물의 포말이 고스란히 정제돼 고형으로 갇혀 있다
넉가래에 밀리고 밀리며 염전을 구르던 바닷물의 기억을
토시 하나 빼지 않고 저장한 정육면체의 반도체 칩
어느 방향이든 최선이 되는 저 백색 주사위는
궁핍한 인간을 먹이며 간드러지게 했다
봉지를 찢어 한 알갱이를 입에 넣으니
장화 신은 어부의 발자국이 저벅저벅 내 몸을 훑고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