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9월 6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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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내서 쓰이고자 함이 없으니
속을 채워 뭣 하나,
항상 푸르르면 족할 것을
고운 단풍 시샘하랴.
천 년을 묵었어도 바랜 데 하나 없이
단청 입어 고운 절집에 내려앉은
푸른 그늘이나 되어야지.
속은 비었으되,
꺾일 일 바이없고
옹이질 일 안 했으니
굽혀 사죄하겠는가.
낮은 데로만 흐르면서
물빛 맑은 강이 되듯
사는 일 순리에 맡겨두고
그리운 이나 기다리는 석상이면 어떠리.
소란한 세상 저만치 밀어둔 채
구름 한 장, 별빛 한 잎
하늘에 얹어놓고
마다마다 담아둔
새들의 노래, 바람의 풍금 소리나
때때로 꺼내서 들으리라.
뜻한 대로 꼿꼿이
그믐밤 맑은 별처럼 살아가며
비 온 날 한낮에
죽순이나 키우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