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1월 6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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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봉(佛出峰)* 중턱에 은자처럼 들어앉은
천 년 세월 품은 원적암,
그 이름 심오하구나
오색 단풍 곳곳 붉게 태울 때
물결처럼 일렁이던 발자국들
추억의 파편처럼 흩어지고
하늘 향해 뼈대만 세운 나무들의 숲
그 소슬한 숲속에서 감나무들이
홀로 타는 불꽃처럼 등불 밝혀
스러진 것들의 흔적을 비춘다
산봉우리는 흰 수의(壽衣) 입은 듯 고요하고
골안개는 노승처럼 느릿한 걸음으로
산자락을 휘감아 오른다
낙엽 밟는 소리조차 우레 소리 같은
깊은 고요 속에
잔가지 헤적이는 바람 소리만
시린 공기의 가슴을 파고들지만
불출봉 품속에 초연히 선 관세음보살은
산란한 마음 고요히
원적(圓寂)에 들도록
번뇌를 보듬어 주신다
*원적암(圓寂庵): 고려 때 적암대사가 창건한 암자의 이름. 원적(圓寂)은 원만한 적멸 즉 모든 번뇌에서 벗어난 온전한 깨달음을 말함.
*불출봉(佛出峰): 내장산의 봉우리 중 하나로 불출운하(佛出雲霞) 즉 ‘부처가 구름과 노을 속에서 나온다’는 뜻을 가진 봉우리의 이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