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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지나 눈부신 바다로

한국문인협회 로고 고민관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1월 6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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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푸른 바다를 담고,
선착장 난간에 기대어 속새의 번뇌를 
비워 내려 했건만, 어느덧 내 영혼은 
길 잃은 조각배가 되었네.

 

누군가 속박의 닻을 풀어준다면,
기나긴 어둠을 걷어내고, 다시금 눈부신 
푸른 바다를 향해 기꺼이 돛을 펼치련만.

 

아득한 기억의 물살에
은빛으로 바래어 가는 낡은 조각배, 
그 깊은 마음속엔 아스라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꿈이 피어나네.

 

예전엔 거대한 파도가 되어
덮치던 세상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영영 흩어질 줄 알았던 시간.

 

그 찰나의 틈새로 뒤늦게 찾아든 
따스한 숨결이, 초라한 조각배의
돛에 희망의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네.

 

짙은 침묵의 닻을 올리고 부는 바람 
가슴에 안아, 푸른 하늘 바다 위로 
조각배가 다시 물길을 내네.

 

아릿한 갯내음 속, 위태롭게
흔들리던 날들, 모진 풍파에 새겨진 
상흔은 고운 결의 무늬로 남고,

 

수평선 너머로 붉게 번지는 노을이, 
이제 막 길을 떠나는 낡은 조각배의 
여정을 눈부신 축복처럼 어루만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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