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1월 6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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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 틀 밑으로 주르륵 파도가 빠져 나간다
한 장씩 떠낸 바다를 발 위에 얹어 놓고
소금기 먹은 단어를 해풍에 말리고 있다
풍랑의 밤을 지그시 눌러 놓은
갈매기의 울음은 잘 마르지 않아
반듯한 낱장에 이따금 구멍을 냈다
끊어진 문장을 건져 올려 덧댄 페이지는
국적을 알 수 없는 번역체 외래어
더 검은 각주로 달려 있었다
구석구석 지워진 문맥을 더듬어 보는 손
지문 사이로 해일이 밀어닥치면
오랫동안 빌고 빌어서
떠돌던 영혼 하나를 되돌려 보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선착장에 풀릴 듯 매여 있던 물결은
멈춤을 모르는 동사가 되어
기억의 입구를 자꾸 만들어 놓았다
멀리서 밀려온 파도의 낯선 안부에
다정한 이름도 닳아 가고
모래사장 아래 묻어둔 발목들은 발간되는 순간 녹아 버린다
바다는 길게 늘어진 만연체 문장
한 겹씩 한 장씩 편집된 대하소설
그녀는 다 베끼지 못한 바닷새 울음을 바닷가 기슭에 부려 놓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