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1월 6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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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파도가 다듬어 놓은 갯벌과 갯골
멀리서 바라보면 온통 깊은 상처 같지만
다가가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조그맣게 숨을 나누며 살아가는 따스한 터전
내게도 드나들던 좁은 숨구멍
깊은 그늘 몇 자락 살고 있었다
어린 날의 아픈 상처 비밀의 골짜기
그 외롭던 자리마다 수없이 드나들면
방개, 논개처럼 살아내던 내 삶의 숨구멍들이었다
숨이 막힐 때마다 겨우 얼굴만 내밀어
한 걸음 떼어 놓을 때마다
무겁게 붙잡던 갯벌 같은 그 흙덩이는
결코 나를 주저앉히려는 게 아니라
벼랑을 기어오르는 칡넝쿨처럼
쓰러지지 않게 움켜쥔 세월의 뿌리였다
바다는 여전히 아침저녁 갯벌을 다녀가고
내 안에도 하루에 두 번씩 물이 차고 기우는
텅 빈 바닥을 드러낸 노년의 가슴에
숨겨두었던 것처럼 짠물의 흔적이 다시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