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9월 6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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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6·25전쟁 74주년을 전쟁세대인 우리는 남다르게 맞았다. 조국이 전쟁으로 초토화된 어려움 속에서 성장하며 고난과 역경을 이기고 영광과 환희를 함께 환호하며 여기까지왔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는 팬데믹을 꺾으며 진이 빠진 사람 처럼 그 초롱초롱하던 눈빛이 사라지고 겨우겨우 살아내는 노인처럼 힘이 없어 보인다. 서로서로 도우며 기대던 우리가 비대면이 어느새 우리 생활에 고착화되어 나홀로 세대가 많고 내 삶을 소중히 여긴다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족도 유행처럼 퍼지고 홀로 사는 독거노인까지 모두 외로운 사람들, 이웃사촌이 옛말이 되었다. 우리의 자랑이던 공동체 의식이 희미해“우리가”하던 말도 개인화되어 간다.
6·25전쟁은 참으로 모든 것을 망가뜨렸다. 미국의 무상원조로 버텼지만 변변한 산업시설이 없어 실업률은 30%가 넘고 물가상승률은 42%로 10년이 지나도 별반 나아진 게 없었다. 외자를 유치하려 해도 남북이 대치상태에다 4·19혁명, 5·16쿠데타까지 정치가 늘 불안해 누구도 선뜻 투자를 하려 하지 않았다. 오로지 내세울 것은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으로 열사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땀을 흘리고 1200m 지하 갱도의 섭씨 35도를 넘는 지열을 이기며 석탄 가루와 싸워 얻어낸 파독 광부들의 종잣돈. 자기 몸의 두 배에 가까운 덩치 큰 서양인 체구의 시체를 닦으며 얻어낸 대가가 눈물의 달러가 되어 주었다. 망망대해 원양어업으로 벌어들인 우리 아 버지 어머니 세대, GDP는 아프리카 가나에 비견하던 67달러. 세계 최빈 국인 우리가 이렇게 피땀 흘려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밤낮없이 연구하고 공부하여 세계가 부러워하는 반도체를 만드는 나라가 되었다. 전 세계에 전자제품을 안방에 보내고 어려운 나라를 돕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74년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국민이 이뤄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 핵심 기술을 경쟁 국가에 유출하는 행위가 생겼다. 일본에 나라를 판 5적에 비할까. 자자손손 일궈 나가야 할 산업의 쌀이라는 기술을 나 자신의 영화를 위해 바꾸다니 어떤 이유로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
지금 세계는 두 전쟁을 하지만 역시 소리 없는 또다른 전쟁을 하고 있다. 우리의 ‘두뇌 유출’ 지수가 10점 만점에 4.66점으로 해마다 증가해 심각하다. 경쟁국들은 기초과학의 인재 확보를 위해 정년이 없는 교수직을 보장하고 5배 이상 많은 연구비를 제시하며 나이 국적을 가리지 않고 전력투구를 한다. 이렇게 집중 노력한 결과 중국은 과학 논문 도 미국을 제치고 양과 질에서 세계 제1위를 달성했다. 그러나 우리는 불가능하다. R&D 예산을 놓고‘연구비 카르텔’이 제기되어 재검토 과정에서 늦어지고 있다.
우리가‘국가석학’으로 선정한 과학자, 우주의 기원을 연구하는 전문가로 국내 이론물리학의 대표학자로 여전히 연구 발표하는 현역이지만 후학과 같이 연구할 곳이 마땅치 않아 이 과학자도 8월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중국으로 간다고 한다. 기초과학에 무심한 한국이 과학 인재를 놓치는 사이 중국은 세계적 인재를 영입해 장래에 그 격차는 크게 날수밖에 없다. 또 요즘 AI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애플,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업들은 높은 연봉에 전문가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이 인구절벽이 되어 간다고 심히 우려하지만 출생율 저하뿐 아니라 한쪽에서는 나라를 등지는 사람들이 많아 인구 감소가 진행된다. 한때는 북한 때문에 떠나고 6·25전쟁 직후 폐허가 된 나라에 일할 산업시설이 없어 풀꽃 쫓아 떠나는 유목민처럼 살기 위해 미국으로 간 이민자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7대 무역국이요, 12위권 경제 대국으로 GDP 3만2천달러가 넘는 선진국에 진입했다. 어려운 나라들이 부러워 닮고 싶어 하는 나라가 되었지만 반대로 백만장자들의 엑소더스가 해마다 늘고 있다. 영국 투자 이민 컨설던트 업체의 통계에 의하면 2022년엔 400명, 다음 해는 800명, 올해는 50% 증가한 1200명으로 걱정되는 세계 4번째 순위다.
그 원인은 우리나라 최고의 상속세 때문에 상속세가 없는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를 선호한다. 우리뿐 아니라 중국은 가장 많은 고액 자산가들이 이탈한다. 시진핑 주석이 ‘공동 부유’를 내세우며 부자들을 감시하며 탄압이 심해지자 기업인을 중심으로 탈중국을 선택한다. 이 차이나 엑소더스는 그간 많이 모여들었던 외국기업들도 철수하고 외국 투자자들도 증시에서 자금을 매도하는 실정에 부자가 아닌 서민들도 팬데믹 이후 내수 부진과 부동산 침체까지 경제 사정이 나빠 남미와 미국 행을 위해 불법 월경을 한다. 그 외 영국과 인도 사람들도 자기 나라를 여러 이유로 이탈하려 한다.
아무리 이런 추세라고 하지만 내가 태어난 나라에서 일궈 놓은 부를 누리며 살기를 원할 것이다. 지금 몇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늘어난 상속세와 종합부동산세가 과도하다는 것은 의회도 다 인식하고 있다. 세법 개정도 확실히 내놓아야 한다. 공장이나 회사 하나가 철수하면 그에 고용된 사람들은 어찌하며 국부 손실은 또 어떤가. 과도한 세금으로 외국 에 내모는 위험과 나라 소멸의 위기를 맞을까 염려하는 사이 인재들을 다 놓칠까 심려된다. 국민은 무력하고 노쇠한 대한민국을 원치 않는다.
아랍에미리트와 싱가포르 호주와 캐나다, 미국은 슈퍼 리치들의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데 우리는 유출도 유입도 손 놓고 있을 때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