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1월 6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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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마다 비어 있던 하늘이
검게 번져 갔다
새들은 저녁의 빈 곳을 물고 지나갔다
한때는 아무것도 날지 않던 하늘이었다
잿빛 구름 끝이 어두워졌고
하늘 한쪽에 작은 점들이 떠올랐다
허공이 먼저 흔들렸다
날개들은 서로의 간격을 붙들고
찢긴 종이처럼 벌어졌다
새들은 서로의 그림자를 밀어 올리며 한 몸처럼 방향을 틀었다
흩어졌던 점들은 다시 모여
휘어진 곡선을 만들었다
가늘게 이어진 선들이
허공을 가르며 번져 갔고
바람은 새들의 체온을 따라 기울었다
마지막 점 하나가
빛 속으로 스며들듯 사라지자
검은 무리가 순간 빛을 뒤집었고
새들은 그 흐름에 실려
하늘 끝으로 밀려갔다
바람은 새들의 방향을 기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