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1월 6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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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너머 건너지 않을래요
굽이치는 냇물이 그윽한
향기랑 물거품으로 부풀어 튀네요
암울한 때 불러들이네요
어둑한 뒷방,
밤에만 호롱불 켜던 때
햇살 핀 날은
논밭에 나가서 몰랐네요
먹장구름에 방 안은 잠겼다가도
치는 빗발이 튕겨낸 하얀 빛살 배어나고
문살에 어리는 밝음 속에서
큰 글씨가 뿌리털처럼 번지며
더듬듯 읽어내던 그때 불러내네요
요즘은
장난하는 이름을 묻고
푸른 냄새를 묻고
소리 맛을 묻는 말 앞에서
남의 살 같은 팔을 꼬집었네요
무엇을 검사하느냐 묻기보다
무엇을 잊었는지를 먼저 알아냈네요
맛도, 냄새도
내 것이 아니게 되는 듯하여
나는 한참을 서 있었네요
한 방울
담 너머에서 스며드는
향기는 물거품 부풀리고
곰삭아서
문득 나를 점지하여 세우네요
졸졸졸
딱 하나 살아나서
내 그 자리에다
다리 뻗어 누워버리자 손깍지 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