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9월 6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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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잠]
엄마가 소파에서
웅크려 자고 있다
-가르릉 가르릉
안 하던 코골이를 한다
피곤하셨나 보다
나는 내 잠까지 끌어와
살포시
엄마를 덮어주었다
[기와집이 아름다운 것은]
큰 기와집에서
지붕과 대들보와 주춧돌이
얘기를 나눠요
-대들보야, 지붕이 너무 무겁지
-괜찮아, 기둥이 받쳐주고 있거든
기둥이 말했어요
-나도 견딜 만해
주춧돌이 받쳐주고 있거든
지붕은 너무 고마워서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추녀를 살짝 들어 올렸어요
지붕의 아름다운 마음이
기와집의 멋진 곡선이 되었어요
[아버지의 등]
아버지의 등에서는
늘 땀 냄새가 났다
내가 아플 때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지만
아버지는 울지 않고
등에서는 땀 냄새만 났다
나는 이제야 알았다
힘들고 슬픈 일이 있어도
아버지는 속으로 운다는 것을
그 속울음이
아버지 등의 땀인 것을
땀 냄새가 속울음인 것을
[무릎학교]
내가 처음 다닌 학교는
칠판도 없고
숙제도 없고
벌도 없는
조그만 학교였다
비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쳐도
걱정이 없는
늘 포근한 학교였다
나는 내가 살아가면서
마음 깊이 새겨 두어야 할
귀한 것들을
이 조그만 학교에서 배웠다
무릎학교
내가 처음 다닌 학교는
어머니의 무릎
오직 사랑만 있는
무릎학교였다
[잡초 뽑기]
풀을 뽑는다
뿌리가 흙을 움켜쥐고 있다
흙또한
뿌리를 움켜쥐고 있다
뽑히지 않으려고 푸들거리는 풀
호미 날이 칼 빛으로 빛난다
풀은 작은 씨앗 몇 개를
몰래
구덩이에 던져놓는다